제목 | 김인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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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06-01-26 1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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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하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인물이 출중하고 행동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가 5세때 일인데 한번은 그가 생파를 손에 들고 그것을 겉 껍질에서부터 차근차근 벗겨들어가 그 속심까지 헤치자 이를 곁에서 지켜본 그 아버지가 장난인줄 알고 나무라자 그는 그것이 자라나는 이치를 보려고 그랬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5살 때 이미 천자문을 깨우쳤고 글을 잘지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가 6살때의 일이라는데 하루는 집에 찾아온 어떤 손님이 [하늘천]자를 제목으로 글을 지어보라 하였더니 그는 곧 응하여 아래와 같은 글을 지었다고 한다. 형체는 둥글고 지극히 커서 아득하기만 한데, 호호공공하여 대지를 두루 쌓네 공간을 덮어 만물을 살게 하거늘 기나라 사람들은 어찌 무너질까 두려워 하였던가? 어려서부터 나타난 그의 시재는 대단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감탄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의 문명이 사방에 퍼지자 감사 조원기가 그를 만나보고 연구를 지어 시험했는데 하서의 문장이 하도 놀라워 장성의 신동이요 천하의 문장이라 칭찬하고 곧 이를 시제로 여러유생들에게 글을 지으라 하니 그의 명성이 사방에 떨쳤다. 하서는 10세가 되어서는 모재 김안국 (조선전기의 명신, 시호는 문경)을 찾아가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주자의 소학을 배웠다. 그러다가 14세가 되어서는 여흥윤씨에게 장가를 들었으며 18세에는 당시 문장으로 호남 3걸로 일컬어지던 신재 최산두의 문하에 들어 학업을 닦다가 18세가 되어서는 성균관에 들어가 공부하였다. 그리고 22세때인 1531(중종 26)에 사마시에 합격하였다.
이 무렵 그는 퇴계 이 황과 만났는데 그들은 만나자 곧 친숙해져 학문을 논하며 깊이 사귀었다. 시기적으로 이 무렵은 기묘사화를 겪은지 얼마되지 않은 때여서 선비들은 서로 경계하여 풍습이 야박했는데 그들 하서와 퇴계는 서로 뜻이 맞아 함께 어울리기를 자주 하였다. 그후 하서는 1540(중종 35)에 별시문과의 병과에 급제하였다. 그리고 곧 승문원 부정자로 나가면서 벼슬길에 올랐다. 이때가 그의 나이 31세때였다. 하서는 이어 시가독서하고 홍문관 정자에 제수되었다가 다시 홍문관 저작으로 옮겼으며 그가 34세가 되는 1543년(중종 38)에는 홍문관 박사를 겸하면서 왕세자에게 경사와 도의를 강론하는 세자시강원 설서로 승진하였다.
당시 왕세자(후의 인종)은 춘궁에서 학문과 인격을 닦고 있었는데 하서를 대하자 그의 학문과 도덕이 훌륭함을 알고 존경하여 대하였으며 하서 또한 왕세자를 성심으로 받들어 두 사 람의 사이는 날로 친숙해져 갔다. 그래서 하서가 입직해 있을때면 가끔 왕세자는 그곳까지 찾아와 학문의 어려운 바를 묻는가 하면 하서와 담론하기를 즐겼고 또 친히 묵죽도를 그려 주었으며 서책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것만 보아도 당시 두사람 사이의 정의가 얼마나 두터웠는지 짐작할만 하다 하겠다. 하서는 다시 홍문과 부수찬에 승진하였다. 하서는 이처럼 위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터였으나 그는 이제 그만 외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세상사를 그리 밝게 보지 못했다. 대궐을 둘러싼 척리들간의 갈등이 그로하여금 앞날을 걱정되게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노부모의 봉양을 위해서라고 간절히 원하여 고향 장성에서 멀지않은 옥과현감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이때가 그의 나이 34세때인 1543(중종38) 겨울이었다. 장성 고향으로 돌아온 하서는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후학들을 가르치는데 온 마음을 쏟았다. 그후 하서는 성균관 전적, 공조 정랑등에 임명되어 여러차례 조정의 부름을 받았으나 그때마다 응하지 않고 지내다가, 39세에 이르러서는 순창의 쌍치면 둔전리 점암촌으로 들어와 우거하였다.
그는 순창 쌍치면 둔전리에 들어온 뒤 추령천 맑은 물이 돌아흐르는 이곳 점암촌에 초당을 지어 훈몽이라는 편액을 걸어놓고 찾아온 많은 제자들을 모아 장학하며 진세를 벗어난듯한 생활에 묻혔다. 경세의 뜻을 안고 세상에 나갔다가 세상의 어지러움을 보고 향리로 돌아와, 후학을 가르치고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그치지 않으며 지내던 하서는 1560년(명종 15)1월 16일 51세의 나이로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