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명전설(부하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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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06-01-26 2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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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록자 : 이종진ㆍ장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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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면 모정리 마을회관 모정리에 부하터라 불리는 곳이 있다. 그곳은 현재 밭인에 농사를 지어 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와 조각과 사금파리 (옹기조각)들이 지금도 많이 나오고 있다. 내가 듣기로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그곳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많던 부자들이 모두 망해버리고 그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곳에는 예전부터 이러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에 그곳에 부자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란 다름이 아니라 남자들이 자꾸만 죽어가는 것이었다. 결국 부잣집 남자들은 다 죽고 여자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남자는 다 죽고 과부들만 집을 지키고 살다보니 하인들의 기세는 등등하지 않았겠는가. 점점 부잣집 과부를 업신여기는 경향으로 흘러가는 것이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하인들은 과부집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한번 두번 물건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취하고 보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겠지. 물건을 취해도 누가 심하게 다루지 않고 하니 하인들은 이제 아주 노골적으로 물건을 훔쳐가는 것이었다. 과부들은 마땅한 수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과부 중에 머리가 좋은 사람이 있었다. 과부는 오늘 밤에도 동네 하인들이 물건을 훔치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빨강물을 머리맡에 준비하여 두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역시나 밤이 깊어지자 하인 한 명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과부는 모르는 척 하다가 손에 물을 적셔 도둑을 향해 살짝 뿌렸다. 방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온 도둑은 그런 줄도 모르고 물건을 가지고 나갔다. 이렇게 밤새 들어온 도둑들에게 빨강물을 손에 찍어 도둑의 옷에 뿌리기를 계속하였다. 날이 새자 온 동네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흰옷에 빨강 물이 묻은 하인들만을 지목하여 간밤에 물건을 훔쳐간 도둑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잡힌 도둑을 모두 가려내어 그들을 마을에서 추방하였다. 그렇게 도둑을 모두 잡고 보니 마을에는 일을 할 사람이 없어지고 만 것이다. 결국 그 많던 부자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 모두 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는 빈 터가 되어 흔적만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