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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제목 인물전설(양진사와 큰애기귀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6-01-26 22:51

본문

● 제보자 : 중산리 경로당 노인들
● 채록자 : 양정욱
● 채록장소
    인계면 중산리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에 건지산 동쪽에 있는 중매마을에 양진사가 있었다. 젊어서는 옥골선풍으로 의표가 단정하고 총명다재하여 총망을 받았는데 학문이 일취월장하여 근방에서는 글 잘하기로 소문이 나자 스승과 부형의 권유도 있고해서 마침내 과거길에 오르게 되었다. 먼 서울길을 떠나는 일이 처음이고 보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나귀를 배불리 먹이고 노자며 옷가지며 지필묵 등을 잘 챙기고 아침밥도 단단히 먹은 다음 건장한 마부 한 놈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그때는 서울가는 길이 흔앵이 강변을 따라 마을 세룡 심초를 거쳐 갈재로 넘어다닌 때라서 중매마을에서 가자면 버드징이 고개를 넘어 묘동마을을 지나서 흔앵이 강변을 갔었다. 그런데 그들이 막 흔앵이 강변에 당도했을 때다. 그토록 당당했던 양진사가 갑자기 신음소리와 함께 나귀 등에서 굴러떨 어졌다. 그리고는 손발이 뒤틀리고 오그라지면서 비명을 질러대고 허우적거리고 기절했다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면 또 배를 움켜쥐고 뒹굴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마부놈은 뜻밖에 당한 일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매고만 있을 뿐 달리 손쓸 재주가 없었는데 저 멀리 들밭에서 일을 하다 말고 이 광경을 눈여겨 본 한 여인이, 그것도 젊다못해 애티가 남아있는 처자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마부에게 하는 말이 남녀가 유별한데 예가 아닌 줄 알지만 도련님 사정이 저리 급하게 된 것을 보고 몰라라 할 수가 없어 왔노라며 자기가 도련님을 한번 보아도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마부는 당장 죽어가고 있는 상전을 눈 앞에 놓고 그를 위한 일이라면 못할 일이 없게 되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좋다고 하였더니 처자는 살그머니 손을 내밀어 양진사의 왼팔을 잡고 진맥을 하고 나서는 품 안에서 바늘 한 개를 꺼내더니 양진사의 왼손 엄지 끝을 터주었다. 그러니까 검붉은 죽은 피가 한 종지는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마부를 시켜 맑은 물 한 주발을 떠오게 하여 양진사에게 한두 모금 넘기게 하고 잠시 그대로 안정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하면서 도망가듯 자리를 떠났다. 과연 처자 말대로 잠시 후에 통증이 가라앉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운한 기분을 회복한 양진사는 마치 악몽을 꾼 듯하여 어리둥절하였고 마부놈 역시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잠시 동안이라도 흙바닥에 뒹굴고 무서운 고통에 시달린지라 멀지 않은 집으로 되돌아가서 의관도 바꿔입고 기운도 추스려가지고 가자는 마부의 권유를 물리치고 과거시험 날짜가 임박하였으니 부지런히 떠나자고 하여 그 길로 올라가서 과거시험을 무사히 치렀는데 불행히도 낙방했다. 다시 일 년을 공부하여 과거길을 떠날 때 전에 갔던 길을 따라가면서 지난해 고생했던 그 길목을 당하자 마부가 넌지시 하는 말이 "지난 해는 재수없게 여자가 발동하여 낙방하였으니 이번에는 여자를 조심하십시요"라고 하였다. 물론 농담섞인 말이지만 이 말을 들은 양진사는 크게 마부놈을 꾸짖어 말하기를 "이놈! 도움을 받았으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내가 낙방 한 것이 어찌 여자탓이라 하겠느냐. 다시는 그런 소리하면 내 듣지 않으리라"하면서 타일렀다. "기왕 말이 났으니 말이다만 그때는 경황중에 아무것도 몰랐지만 내가 과거 보는 일만 없었다면 처자 부형이라도 한번 만나봐야 할 것인데 그러지못한 것이 미안하구나. 이후라도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찾아 볼 것 이니라."하며 일 년 전 그 곳에서 광란증이 일어나서 고생했던 일들을 잠시 회상한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 길로 서울에 가서 과거시험을 치렀는데 요번에도 또 낙방이었다. 그러나 양진사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돌아와서 더욱 열심히 공부에 정진하여 마침내 세번째 과거길을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하루 전날 밤의 일이다. 꿈에 전일 혼앵이 강변에서 광란증으로 고생할 때 도와준 여인이 하얗게 소복을 차리고 나타나서 하는 말이 "소녀는 아무경에 혼앵이 강변에서 도련님을 뵈인 후로 도련님만을 사모하다가 죽은 하모인데 지금도 도련님을 생각하고 있으니 내일 서울 가시는 길에 한 번만 제 무덤을 찾아주시면 죽은 넋이라도 여한이 없겠나이다."라고 탄원하였다. 꿈에서 깬 양진사는 그날 밤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이 새는데 역시 먼 길을 떠날 사람이 잡념 같은 것은 금물이다싶어 애써 그 생각을 떨쳐 버리는 쪽으로 작심하고 서울길을 재촉하여 떠났는데 이번에도 과거시험에는 낙방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어느날 마부놈을 시켜 꿈에 나타난 처자의 정체를 알아 보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며칠만에 마부놈이 보고하기를, 그 여인은 마리 사는 김약방네 무남독녀 외동딸인데 나이 열아홉 살에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전에 원인모르게 죽었는데 동네 사람들 말로는 상사병이 나서 죽은 것이라고 수근수근하더라는 것이었다. 말을 듣고난 양진사는 아뿔사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적악을 하였구나 싶었지만 그러나 도리없는 것을 어이하랴. 다만 후일에 그 무덤이나 한번 찾아보기로 하고 우선은 잡념을 씻어버리고 일단 정신을 학문에만 집중하여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마침 내 고을 안에서 으뜸가는 선비가 되었다. 그런데 네번째 과거시험을 보려고 준비하는데 길떠나기 하루 전날 밤 또 그 여자귀신이 꿈에 나와서 말하기를 "도련님은 공부가 모자라서 낙방한 것이 아니옵고 소녀의 한이 맺혀 그러하오니 한번만 소녀의 무덤을 찾아주시면 이번에는 장원급제 하오리다."하였다. 이 말을 듣고 난 양진사는 몹시도 불쾌했다. 그리하여 크게 꾸짖어 말하기를 "요망한 것이 감히 장부를 희롱하는구나. 네 일찍이 나를 도왔다기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거늘 왜 이다지 겁박하는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여인은 서럽게 울면서 절을 하고 물러갔는데 다음날 서울길을 떠나 네번째 과거시험을 보았다. 그러나 이번 에도 낙방이었다. 이렇게 하여 양진사의 학문은 고을 안 으뜸이였으나 과거운은 없었던지 자기가 가르친 제자들은 합격한 시험도 그는 되지 않았다. 도합 십여 차례의 응시에도 불구하고 등제하지 못하다가 나이 60이 넘은 뒤에 늦게사 사마시에 급제하여 생원이 되었는데 앞서 말한 꿈에 여인은 그 후에도 계속 나타났으며 똑같은 말을 해왔지만 조금도 흔들림 없이 학자의 자존심을 지켰는데 마지막 과거길에 오르기 전날 밤에는 꿈에 나온 여인의 말이 달라졌다고 한다. 즉 그동안은 보통 도련님ㆍ서방님ㆍ샌님 등으로 호칭한 것이 바뀌어 생원님으로 호칭하면서 "소녀와 생원님은 전생에 악연이 있어서 그 갚음으로 그동안 거짓을 아뢰였사오나 용서하소서"라고 하면서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생원님의 운세가 늦게 통하였음으로 과거급제가 늦었사오나 이번에는 합격할 것입니다."라고 예언하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길로 올라가서 과거에 급제하여 생원진사가 되고 뒤에는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를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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