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산전설(상죽 당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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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06-01-26 1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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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록자 : 이종진ㆍ장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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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면 반월리 류근호씨댁 당산제 축문(祝文)이 굉장히 길어요. 먼저는 축문이 없이 당산제를 지냈는데, 아미산이 원래 영산(靈山)이여, 명당이 24혈(穴)이 있다고 하거든, 그렇게 영산이여, 큰 산은 아니지만 영기(靈氣)가 돈다고 하거든. 운해가 안낀다고 하기도 하고. 아미산은 중국 협서성에 있는 산 이름이기도 하지. 상죽마을의 당산제는 아미산 산신을 모신단 말이여. 마을의 뒷산에 있는 신은 철륭신으로 모시지. 그리고 마을 바로 뒤와 앞에 있는 느티나무는 당산으로 모시지. 철륭은 할아버지 신이고, 뒷당산은 할머니신이고, 마을 앞에 있는 당산은 손자당산이지. 당산제를 지낼 때 참기름에 심지를 하여 등을 만들어 불을 세 군데에 켜 두지. 이 불은 석양에 켜놓고 그 다음날 불이 꺼질 때까지 두는데, 나가서 저녁에 불을 보면, 그 불이 꺼질 때가 있지. 앞당산에 불이 꺼지면 손자들에게 해가 와서 죽는다고 하고, 뒷당산에 불이 꺼지면 할아버지가 해를 입어 죽는다고 해. 어딘가 모르게 이러한 말이 맞아 간다고 해서 모두들 유심히 관찰을 하지. 정월 초삿날 재수를 장만할 제수, 즉 화주를 정하는데, 생기복덕을 보아 제일 생기가 좋은 사람을 뽑아 화주를 세우는데, 지금이야 상수도를 쓰기도 하지만 그때는 샘을 깨끗이 품어가지고 초삿날 제주를 빚었지. 음력으로 초열흘날 계명행사를 하는데, 이때 세상에서 제일 먼저 우는 닭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동구밖에 나가서 기다렸다가 멀리서 닭우는 소리가 들리면 철륭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하여 알려주지. 그러면 철륭제를 올리기 시작하여 당산제까지 올리고 나면 아침까지 진행되지. 할머니당산에서는 소지를 올리고 소원을 빌지. 이렇게 당산제는 꼭 지내는데, 6ㆍ25 난리통에도 당산제는 꼭 지냈었지. 당산제에 관련하여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지. 예전에 상죽마을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여. 그 도둑이 이 동네에 와서 돈이 될 만한 것이 뭔고 하고 살펴보았지. 어느 집을 살펴보니 외양간이 허술하거든. 그러니까 소를 훔쳐가지고 나온 것이여. 소를 몰고 밤새 날이 샐 때까지 걸어 갔는데 당산나무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여. 그래서 도둑은 결국 소를 훔쳐가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소를 버리고 가버렸던 것이여.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당산 할머니가 동네 물건을 훔쳐가니까 못 훔쳐가게 지켜주었다는 것이여. 그 이후부터 당산제를 지내기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당산제를 지내고 있는 것이여. 당산제를 지내는 동안에는 금기사항이 많이 있는데 꼭 지켜야지 만약 지키지 않으면 화를 입지. 옛날에 당산제를 지내기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던 중에 떡을 시루에 쪄 가지고 운반하던 도중에 떡고물이 떨어지자 그 떡고물이 아까워 주워먹었다는 것이여.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다음날 입이 삐뚤어지고 말았다는 것이여. 그리고 또 한 번은 당산제를 지내고 난 후 자꾸만 마을에 사람이 죽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기는 것이여. 그래서 왜 그런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재관을 했던 사람 가족 중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애를 배어 있었다는 것이여. 몰래 애를 뱄기 때문에 본인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 결국 당산제를 잘못 지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5월 단오 때 다시 당산제를 지내고 마을이 평안해지기도 했지. 그리고 또 한번은 당산제를 준비하던 음식의 구정물을 돼지에게 주었지. 지금이야 돼지에게 구정물을 주지 않지만 옛날에는 모두들 구정물을 돼지에게 주곤 했지. 그때도 역시 그렇게 했지. 산신령을 호휘하는 것이 호랑이라고 하잖아. 어린 애기 호랑이가 내려와 돼지의 주둥이를 물어 뜯어 버린 것이여. 철륭이 음식을 먹기 전에 구정물을 주어 그 구정물을 먹은 돼지에게 신령이 화가 나서 돼지의 주둥이만 물어버린 것이여. 이렇듯 상죽리의 신령은 영험이 있다는 것이여.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꼭 당산제는 지내고 있지. 올해도 당산제를 지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