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찰연기전설(각시탑의 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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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06-01-26 17: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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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록자 : 양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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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계면 도사리 자택 순창읍터는 새터라고 하여 주산을 새 금자를 써서 금산으로 부르고 오산ㆍ가잠ㆍ대동산 등 대개 새와 관련이 있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그 일각에는 숲을 가꾸어 풍수비보를 하였다. 주산인 금산이 뚝 떨어져 읍기를 만들고 그 여세를 몰아 동쪽으로 나즈막한 평룡을 지어 대동산을 향하는데 양지천이 가로막아 주춤거리는 언덕바지에 숲이 무성하여 그늘과 바람막이가 되었다. 이곳을 가리켜 각시숲이라 불러온다. 각시탑이 있어 지금도 순창읍 남계리 각시숲으로 부르고 있는데, 거기에는 슬프디슬픈 전설 한 토막이 전해오고 있다. 1480년경 성종연간의 일이라고 하지만 각시탑의 조형물 형식구조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고려 초기 것으로 추정되므로 연대는 확실하지가 않다. 하여간 옛날옛적에 남도 곡성땅에 지체 높은 양반님네가 살았는데 이 댁에 혼기가 된 아름다운 규수가 있었다. 그런데 순창고을의 명문인 조진사댁과 혼담이 이루어져 하필이면 삭풍이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시집을 오게 되었다. 어느날 곱게 단장한 꽃가마를 타고 앞뒤에는 수십 명 하인들이 이고지고 줄줄이 가다가 이곳 각시숲에 당도하여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잠시 숨을 돌린 일행이 막 떠나려 할 때였다. 각시가 탄 꽃가마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도 이상하여 여종을 시켜 가마문을 열고 보니 가마 속 새각시가 어느새 죽어 있었다. 그러니 기쁘고 신나기만 했던 산행길이 눈물과 통곡으로 얼룩진 초상마당으로 변한 것이다. 할 수 없이 발빠른 젊은 놈을 골라 곡성 본가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되고 얼마 후에는 친정부모가 초죽음이 되어 각시숲에 당도하여 방성통곡을 하며 가마를 붙들고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하여 어머니가 딸의 시신을 어루만지며 저승 길이 멀다한데 어찌하여 더디기만 하느냐고 타이르자 그제서야 거짓말처럼 가마가 땅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 후로 해마다 그날이 오면 각시숲 일대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각시 귀신이 나와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 여러 해를 그러다가 마침내 동네사람들이 의논끝에 각시숲에다가 가마를 만들어 각시귀신을 위로하고 정월 열나흗날이 되면 제사를 지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부터 각씨 귀신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각시숲 마을 사람들이(송재일씨) 정월 열나흗날이면 각시탑에 제물을 바치는 행사가 이어져오고 있다.